Ⅰ. 염재호 총장님과의 저녁 식사

 

 

 

 


         학교 다닐 때, 총장님을 우연히 한 번 뵈었던 적이 있습니다. 학교 신문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서 총장님의 모습과 발표, 강연하는 모습을 볼 수는 있었으나, 학부생 입장으로 이렇게 직접 총장님을 대면하여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들뜨고 설레기도 하였습니다. 총장님과의 식사가 일정의 후반부에 위치해 있어서 다소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그래도 총장님을 뵐 수 있다는 생각에 저뿐만 아니라 모든 파견된 학우들이 큰 기대를 안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총장님을 실제로 뵙게 된 것은 총장님의 강연 전 날의 점심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이미 전날부터 Nansen Skolen 교장 선생님이 미리 고려대학교 총장님께서 내일 또 직접 학교를 방문하시어 학생들에게 강연을 할 예정이니 많은 참여를 부탁한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총장님이 방문하실지는 몰랐기에, 갑작스런 방문에 저희 학생들도 식사를 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총장님이 오셨을 때, 저희 학교 학생들보다도 오히려 다른 국가의 학생들이 총장님이 맞는지 여쭈어보았고, 학생들의 저희 학교에 대한 큰 관심에 많은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점심식사 이후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Sigrid Undset의 본가와 문학관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이후 총장님과의 저녁 식사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과거의 Lillehammer의 은행으로도 사용되었던 건물이었는데, 미리 예약을 하였던 저희는, 금고처럼 보이는 방에 들어가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Lillehammer 시내에서 가장 아름답고 크던 건물에서 식사를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많이 들떴을 뿐만 아니라, 총장님과 드디어 직접 대면을 하여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분 좋았습니다. 또한, 총장님은 저희 파견된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전공과 학번까지도 외우고 계셨는데, 그러한 세심한 배려들에 학생들이 많이 감동을 느꼈습니다.

      한편으로는 총장님과의 식사 자리이다 보니 다소 불편하지는 않을까, 혹여나 딱딱한 분위기가 연출되면 어떡할까라는 걱정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식사 시간이 무려 4시간이 달했는데, 저희는 식사가 모두 끝나고 나서야 시간이 4시간이 흘렀음을 알 정도로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었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이번 Newday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어떤 점을 배우고 느꼈는지에 대해서 저희의 얘기를 들으려고 하셨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학교생활 및 행정 등에 대해서도 저희의 건의 사항 및 의견을 적극 수용하시려고 하였습니다. 학부생으로써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것 같습니다.

 

Ⅱ. 주말 오후 호수 산책

 

     Newday 프로그램은 기타 Summer School 프로그램들과 다르게 어떠한 지식을 전달하고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계획을 세우고 학생들이 그것에 부합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수님들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학생들끼리 최대한 어울리고, 또 Lillehammer 도시 자체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한 Summer School이었습니다. 그 중 하루는 학생들이, 교수님들도 함께 Lillehammer의 호수를 산책하며, 교수님들이 정해준 곳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끼리 삼삼오오 가고 싶은 곳을 스스로 정해 마음껏 여행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학생들끼리 가고 싶은 곳을 아무데나 다녀오고, 샌드위치도 식당에서 포장해 갔었는데, 학생들은 삼삼오오 흩어져서 임의로 가고 싶은 곳을 가기보다도, 두 개의 조 정도로 자연스레 나뉘어져서 함께 다니는 모습이 나타났었습니다. Nansen Skolen에서는 호수가 늘 자연스레 어디서든 보이고 너무 아름다워 언젠가 한번 가까이 가보고 싶었는데, 교수님들이 이런 프로그램도 마련해주시고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말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을 어디서 또 경험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앞으로 또 이런 프로그램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Lillehammer 시내의 호수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호수인데, 직경이 무려 150km에 달할 정도로 매우 크고 아름다운 호수입니다. 호수에서는 제트스키도 타고, 수영도 하고, 각종 수상레져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 또 내려가서 보니, 고등학생들의 유소년 대회도 열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보다 훨씬 어리고 조그마한 학생들이었지만, 수상스키를 타는 실력은 정말 수준급이었고, 저희는 덕분에 수상스키 경기와 묘기를 무료로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우연히 어떤 노르웨이 아주머니께서 우리에게 말을 거셨는데, 알고 보니 본인의 아파트에 어떤 일본인 직장인을 하숙생으로 받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그 날은 같이 요리도 한다고 하셨는데, 노르웨이에서 흔하지 않은 아시아인을 보고 하숙생이 생각나 말을 거신 것 같았습니다.

 

 

Ⅲ. 와인과 맥주 파티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NEWDAY Program은 여타 Summer School들과는 달리 교수 주도의 프로그램에 학생이 참여하는 형태가 아니라, 학생들끼리 토론하고 참여할 뿐만 아니라, 친목을 다지도록 유도하는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중 하나의 프로그램이 바로 학생들과 교수들이 함께 어울려져서 저녁 식사 이후 시간을 보내는 일종의 파티였습니다. Nansen Skolen에는 학교 뒤에 적당한 크기의 나무와 마당이 있는데, 중간에는 횃불을 피워서 학생들이 둘러 앉을 수 있도록 하였고, 미리 저와 몇몇 남학우들이 벤치와 순록 가죽들로 원을 만들어 둘러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식당에 있는 여러 캔의 맥주들과 레드 와인 및 화이트 와인을 구비하였습니다.

       복단 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소 교수님의 딸이 저희들을 위해 프로그램도 한 가지 준비했었는데, 바로 5개의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단어들을 가지고, 일종의 짧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은 4명에서 5명 정도로 각각 8개의 조로 나뉘어졌으며, 평소에 잘 이야기하지 못했던 학생들과 교수님들과 얘기를 나누며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저희 조는 “Geir (교수님)”, “Chun Rong(교수님)”, “Boxing”, “Swimming”,“Lake”로 하나의 짧막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발표하였습니다.

       8개 조의 발표가 모두 끝나고, 이후부터는 교수님이나 교장 선생님의 주도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것이 아니라, 삼삼오오 각자 어울리고 싶었던 친구들과, 또 평소 잘 어울렸던 친구들과 조를 이루어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서 파견나간 학생들끼리는 맥주도 있고, 와인도 있는만큼, 한국에서 학생들이 주로 술자리에서 하는 “술게임”을 가르쳐주기로 했습니다. 다만, 한국어가 많이 들어가고 외국 학생들이 한번에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게임을 가르쳐주기보다도, 언어 표현이 많이 없고, 동작이 많은 게임을 가르쳐주기로 했습니다. 처음으로 저희가 가르쳐줬던 게임이 바로 “동물의 왕국”이었습니다. “Animal Kingdom”으로 박자를 시작하였고 “I am a rabbit”이라는 동작과 함께 게임을 진행하였습니다. 다소 정적이고 이야기 위주의 북유럽 시선에서 이러한 동적이고 활동적인 게임이 매우 신기하였는지, 많은 북유럽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으며, 교수님과 교장 선생님도 아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평소에 친해지지 못했던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일종의 문화를 알려줄 수 있었던 즐거운 추억이라 생각됩니다.

 

 

Ⅳ. 학생들끼리의 호수 산책

 

 

 

        Newday Program 원래 일정에는 “Ice Breaking”시간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문화에서 온 다양한 대학교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쉽게 친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교수님들의 예상에 따라 준비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은 서로 간에 어떤 어려움이나 거리낌을 느끼기보다도, 서로가 서로에게 먼저 다가가고, 어느 국가에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Nansen Skolen 생활은 어떤지 이미 첫날부터 서로에게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도, 첫날 저녁에 계획하였던 “Ice Breaking”시간에 대해서 소개할 때, 한편으로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There is no Ice to Break”라고 소개하실 정도였습니다. 저희 아래 사진과 같이, 만난 지 셋째 날 만에 저녁 시간 이후 쉬는 시간에 함께 산책을 나갈 정도였습니다.

       저는 처음에 호수가 있고, 호수가 너무 아름다우며, 호수에서 정말 수영이라도 하고싶을 정도로 좋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호수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다리가 있는지는 몰랐는데, 저녁을 먹으면서, 어떤 친구들이 호수 반대편을 다리를 통해 건너가자는 제안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이 자유 시간이었던 찰나, 저는 제 주변 학생들을 회유하고, 또 주변 학생들에게 함께 가기를 권유하여 저희끼리 임의로 오후 7시 반에 학교 정문에서 만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아직 한명 한명씩 다 얘기해보거나 모두의 이름을 아는 건 아니었는데, 다들 서로 한 교실과 프로그램의 학우라는 공동체 의식이 이미 강해서였는지,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학생이 마치 공식 프로그램인것처럼 정문에 집결하였습니다.

       이번 호수 산책 역시 다양한 학생들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당연히 노르웨이 및 노르딕 국가에서 방문했을 줄 알았던 친구가 스페인에서 왔는가하면, 중국에서 온 학생들끼리도 산동 대학교에서 온 학생, 복단 대학교에서 온 학생, 직원으로 오신 분, 또 박사 과정이신 분 등등 모두 다양한 배경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2외국어로서 중국어를 학습하고 있었는데, 중국 학우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한 최대한 중국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중국 내의 사회 및 문화 등 한국과 다른 점에 대해서 알기 위해 많은 질문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호수 건너 마을에도 Kiwi라는 큰 슈퍼마켓이 있었는데, 슈퍼마켓을 둘러보며 한국과 다른 음식과 과일 그리고 아이스크림 등에 놀랐으며, 대다수의 학생들은 슈퍼마켓을 기대하지 않고, 일종의 산책으로 생각하여 지갑을 들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슈퍼에서 무언가를 사지는 못하고 다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새로운 사람들과 산책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즐거웠고, 다리를 돌아오는 와중에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 중국 학우의 권유에 따라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Lillehammer 주민들이 강아지를 이끌고 많이들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한 용기 있는 중국 학우가 주민에게 부탁하여 아래와 같은 사진을 얻게 되었습니다. 공식 일정도 아닌데, 서로 아직 완전히는 친해지지 못한 학생들이 스스로 개척하여 호수 산책을 한 것이, 저는 Newday Program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 중 하나입니다.